시사

바둑에 비유해본 사회적 담론 시스템 해법

시나위 2021. 8. 11. 12:18

2020년 9월에 몇 개의 게시판에 올린글을 약간의 수정을 거쳐 올립니다.

들어가며...

길고 지루한 글입니다.
하지만 결코 짧지않은 시간을 고민하고 다듬어 온 생각입니다.
부디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국사회의 온라인 담론 시스템

한국사회의 사회적 담론 시스템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빼놓고서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PC통신이후 형성된 집단지성의 온라인 담론은 각종 커뮤니티로 이어졌고 그 힘은 노무현 당선이라는, 당시 기득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적의 토대가 됩니다. SKY로 대표되는 엘리트가 아닌, 주류의 인정을 받지 못한 비주류 노무현의 당선에 충격을 받은 기존의 기득권은 댓글부대라는 반사회적 활동으로 온라인 담론의 해체작업을 시작합니다.

일방적으로 당할수만은 없는 민주진영도 대응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것은 결국 온라인 담론의 해제를 가속화하게 됩니다. 그 이후 온라인 담론은 논리와 이성을 바탕으로 한 판단보다는 누가 먼저 선점하고 주도권을 행사하느냐의 세력싸움으로 변질되어버리고 맙니다. 해체된 커뮤니티 담론을 대신해 메타블로그와 SNS가 떠올랐지만, 메타블로그는 자체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퇴화되었고, SNS는 역시 판단시스템의 부재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또 하나의 세력싸움의 무대로써만 존속됩니다.

결국 팟캐스트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플랫폼을 선점한 민주진영은 그 힘을 바탕으로 박근혜탄핵과 문재인 당선까지 이뤄냈지만, 문재인 당선이후 그 영역이 유튜브로 확장되면서 결국 프로파간다 싸움이라는 틀을 벗어나질 못하고 맙니다. 이제는 심지어 그나마 민주진영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던 커뮤니티마저 점차적으로 내어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베라는 패륜적 극우 커뮤니티를 버팀목으로 삼은채 조직적인 작업으로 커뮤니티를 하나씩 장악해 나갔고 결국은 대표적인 진보 커뮤니티였던 MLB PARK마저 성공적으로 일베화 시켰으며, 지금도 몇몇 진보 커뮤니티에서 집단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베가 10, 20대 사이에 암묵적으로 퍼지면서 10, 20대의 주관심사인 여러 게임 커뮤니티들은 심각하게 일배화 됩니다.

이로써 보수진영은 미래세대의 보수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제도권 언론이야 항상 그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이제 민주진영은 더이상 온라인 담론에서 우위를 말하기도 힘듭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의 진행방향 또한 결코 낙관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몇 개 남지않은 진보 커뮤니티에서 정신승리만 하다가는 다음번 대선도 장당하기 힘듭니다. 아니, 다음 대선은 어떻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 총선과 대선은 더 암담합니다. 그걸 알고 있기에 기존의 기득권세력은 결코 변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괴롭더라도 다시한번 정권교체, 의회교체를 이뤄낸다면, 모두 뒤집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명박근혜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치밀하고 철저하게 사회 구석구석을 장악해 나갈 것입니다.

현대바둑의 시작

400여년 전 일본에서 근대바둑이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전국시대가 끝나고 막부시대가 열리면서 도쿠가와는 전쟁이 사라져 할일이 없어져 버린 무사들의 관심을 돌리기위해 바둑을 가르쳤고, 이를 위해 기소(碁所)라는 관청을 설립했습니다. 기소(碁所)에는 당대의 최고수인 명인을 책임자로 임명했는데, 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그 결과 네개의 바둑가문이 형성되었습니다. 무협지로 말하자면 문파같은 것들이죠.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현재 일본의 3대 타이들 중 하나로 이름이 남은 본인방입니다.

바둑의 승부에 대한 가정과 진행

여기에서 비유를 위해 아래와 같은 가상의 설정과 시나리오를 그려보겠습니다.

실제 바둑은 반상위의 집수를 세어 정확하게 승부를 가립니다. 현재는 덤이라는 룰을 통해 반집의 차이를 만들어 사실상 무승부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바둑이 집수로 승부가 나는 경기가 아니라, 한판의 바둑이 얼마나 올바르게 바둑의 이치, 즉 기리(棋理)에 맞게 두어졌는지에 대한 다른 바둑고수들의 평가로 승부가 갈린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마치 체조나 피겨스케이팅처럼 말입니다.

막부시대 이래 바둑은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습니다. 바둑고수는 사회적 명사의 지위를 얻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동경의 대상이 됩니다. 기소(碁所)의 책임자가 되는 명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각지에서 바둑고수들이 등장하고 중앙과 지방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습니다. 도와 인생이 담겨있다고 여겨지는 바둑, 그런 바둑의 고수는 범인들과는 다른 지혜와 통찰을 가지고 있을거라 믿어집니다. 별다른 언론도 없는 시절, 유명한 것만으로도 영향력이 생기는 시절,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유명인은 권력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아무리 절대적 권력을 가진 권력자라도 민심은 항상 어려운 숙제입니다. 그런 권력자들에게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명사들의 지지를 받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일입니다.

권력자들은 앞다퉈 바둑고수들을 후원하고 자신들의 지지자로 포섭합니다. 그러다가 권력자들끼지 충돌할 때는 서로의 바둑고수들끼리도 충돌하게 됩니다. 그 충돌속에서 자연스럽게 누가 더 고수인가 사람들은 따지게 됩니다. 이제 권력자들은 더 많은 바둑고수를 포섭합니다. 당연히 바둑을 평가하는 사람들도 바둑고수들이기에 더 많은 고수들을 포섭해서 자신을 지지하는 고수들이 더 높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니 평가의 기준이 점점 왜곡됩니다. 같은 진영의 고수들끼리 서로의 바둑을 높게 평가하고 상대편의 고수를 폄하하기위해 기리(棋理)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급기야는 기존의 기리(棋理)와는 어긋나는 새로운 기리(棋理)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각각의 고수들을 지지하는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져나갑니다.

바둑은 대혼란의 시대를 맞이합니다. 서로가 바둑에 대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리(棋理)를 이야기하고 상대방의 바둑을 폄하합니다. 심지어 주장하는 기리(棋理)가 그때 그때 바뀌기도 합니다. 이제 권력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일반인들을 포섭해 지지세력을 조직합니다. 그들은 조직적으로 뭉쳐서 돌아다니며 일반인들 사이에서 상대편에 대한 비하와 자기 편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를 퍼뜨립니다. 반대 목소리는 여럿이서 함께 큰 목소리로 몰아붙여 입을 다물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누구의 평가도 믿을 수 없는 시대입니다. 아무리 고수라 한들 그 사람이 정직하게 평가할지 자신의 이해관계 속에서 왜곡된 평가를 내릴지 알 수 없는 시대입니다. 많은 고수들은 권력자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고, 정직한 평가도 반대편에서 집단적으로 폄하하고 왜곡하면 그게 아니라는 걸 명백하게 증명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더 나아가 누가 진찌 고수인지도 알 수 없는 세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을 믿을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담론의 모습을 양진영의 성격을 빼고 바둑에 비유하여 단순화시킨 모습입니다.

새로운 리그 시스템

이제 이 대혼란의 시대를 조금이나마 정리할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극단적으로 왜곡된 평가와 기준은 걸러낼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모델입니다.

누구나 기사(棋士)로 참여할 수 있는 바둑리그를 창설합니다. 아무나 참여할 수 있고 모두가 1단에서 시작합니다.

기사들은 서로서로 바둑을 둡니다. 그리고 기사들은 자신들이 관전한 바둑에 점수를 매깁니다. 점수범위는 1~5점으로 하겠습니다. 누적된 점수는 평균으로 계산되어 기사의 평점이 됩니다.

리그가 어느정도 진행되고 나면 필연적으로 기사들의 평점분포가 나뉘어 질겁니다. 대국수가 충족된 기사가 4점이상의 평점을 얻으면 2단이 됩니다.

2단이 된 기사는 2단끼리 바둑을 둡니다. 역시 기사들은 관전한 바둑에 점수(2~6)를 매깁니다. 대국수가 충족된 기사가 5점이상의 평점을 얻으면 3단으로 승격됩니다. 대신 3점미만의 평점을 얻으면 1단으로 강등됩니다.

3단들은 3단끼리 바둑을 둡니다. 이제 2단이상의 기사들만 3단의 바둑에 점수(3~7)를 매깁니다. 6점이상의 평점을 얻으면 4단으로 승격됩니다. 역시 4점미만의 평점을 얻으면 2단으로 강등됩니다.

4단들은 4단끼리 바둑을 둡니다. 3단이상만이 4단의 바둑에 점수(4~8)를 줄 수 있습니다. 평점 7점을 얻으면 5단으로 승격됩니다. 5점미만의 평점을 얻으면 3단으로 강등됩니다.

기사들은 지속적인 승격과 강등을 통해 단위가 나뉘어집니다. 그리고 단위는 당연히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혼란의 정리

이제 어느정도 신뢰할 수 있는 단위 시스템이 만들어졌습니다. 사람들은 누가 진짜 고수인지 어느정도는 구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고수들은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폄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리(棋理)에 대한 이론은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토론되겠지만, 이해관계 속에서 극도로 왜곡되어버린 이론과 평가는 차츰 퇴출되고 사라집니다.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최상위 수준의 기사들이 만들어내는 기보들은 바둑이론의 중심을 잡아줄 겁니다.

검증된 다수의 평가를 바탕으로한 평점 시스템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집단적 조작을 힘들게 만듭니다. 김연아 선수 현역시절 피겨스케이팅의 채점 부조리에 대응해서 주장된 해법중의 하나가 50명 이상의 전문가에 의한 집단적인 평점이었습니다. 오프라인 스포츠의 특성상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가능하기만 했다면 나쁘지 않은 해법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로 그러한 개념이 적용된 시스템입니다.

같은 시스템의 온라인 담론

이러한 모델을 온라인 담론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토론에 특화된 게시판을 만듭니다. 참여하는 모든 논객들은 1레벨로 시작합니다. 논객들의 토론글에 다른 유저들이 평점(1-5)을 매깁니다. 토론글 수를 충족한 논객의 평균 평점이 4을 넘으면 2레벨로 승격됩니다.

유저들은 2레벨 논객의 토론글에 평점(2-6)을 매깁니다. 토론글 수를 충족한 논객의 평균 평점이 5를 넘으면 3레벨로 승격됩니다. 대신 3점미만의 평점을 얻으면 1레벨로 강등됩니다.

3레벨 논객의 토론글은 2레벨 이상의 논객들만 평점(3-7)을 매깁니다. 논객의 평균 평점이 6을 넘으면 4레벨로 승격됩니다. 대신 4점미만의 평점을 얻으면 2레벨로 강등됩니다.

4레벨 논객의 토론글은 3레벨 이상의 논객들만 평점(4-8)을 매기고 2레벨 이상의 논객만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논객의 평균 평점이 7을 넘으면 5레벨로 승격됩니다. 대신 5점미만의 평점을 얻으면 3레벨로 강등됩니다.

5레벨 논객의 토론글은 4레벨 이상의 논객들만 평점(5-9)을 매기고 3레벨 이상의 논객만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논객의 평균 평점이 8을 넘으면 6레벨로 승격됩니다. 대신 6점미만의 평점을 얻으면 4레벨로 강등됩니다.

논객들은 지속적인 승격과 강등을 통해 레벨이 나눠집니다. 댓글에도 평점(1-5)이 부여되지만, 논객의 점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대신 댓글평점이 낮으면 댓글활동이 제한됩니다.

특정 평점 이상의 글들은 베스트 게시판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됩니다.

일단은 상당히 단순화 된 모델로 설명했고, 디테일은 필요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온라인 담론의 변화

이제 상위 레벨에서 어느정도 신뢰할 수 있는 담론이 형성됩니다. 이러한 담론은 여러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에 참고가 되고 극단적인 왜곡과 반지성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할 겁니다.

또한 현재 여러 커뮤니티에서 일어나고 있는 방식의 조직적 댓글작업이 어려워 질겁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집단적으로 그 주장을 지지하고 반론은 물타기 하는 작업이 낮은 등급에서는 어느정도 지속될 수 있지만, 상위 레벨로 갈수록 그런 식의 작업은 어려워집니다. 맹목적 지지와 공격적인 언사로 반대편을 입막음해 줄 댓글부대의 지원없이, 이슈의 본질과 핵심을 볼 줄 아는 이들의 질문과 반론에 지속적으로 대답해 나가는 일은 자신의 주장에 타당성이 없다면 불가능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서로 다른 관점을 통합한 변증법적 발전을 거부하고 정해진 결론을 고집하는 토론 또한 필연적으로 퇴출됩니다.

낮은 레벨에서의 집단적인 조작도 단순한 찬반시스템에 비해 패턴을 파악하기가 쉽습니다. 어떤 주장에도 찬반은 따라옵니다. 하지만 근거를 가지고 성실하게 펼친 주장에 지나치게 낮은 점수를 주는 것과 저속한 언어로 채워진 왜곡된 주장에 이해할 수 없이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훨씬 쉽게 파악됩니다..

담론 모델의 문제의식

이러한 담론 모델의 수용은 사람들의 지적 판단력이 결코 모두 동등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수십년동안 다양성을 신앙처럼 소중히 여겨왔던 시대를 격은 지금의 세대가 이걸 수용하기에는 적지않은 저항을 느낄거라 생각합니다.

과거 지성이 소수 지식인들의 전유물이었던 권위주의 시절, 그들의 작위적이고 독점적인 지적 판단력 행사를 타파하기 위해 다양성은 절대적인 명제였습니다. 90년대 인터넷의 발달로 일반인들에게도 언로(言路)가 열렸고, 그를 통해 기존의 지식인들이 형성해놓은 관념적 인식의 허울과 허상이 드러나면서 권위주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그 후 관념적 지성은 실존적 지성에게 자리를 내줘야했고, 그러한 환경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습니다.

과거 권위적 지성을 독점적으로 향유하던 그들은 이제 반대편 극단으로 치닫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시킵니다. 반지성적이고 반사회적인 왜곡과 패륜,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들에 대한 조롱과 멸시마저도 다양성의 이름으로 수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더 이상 지적판단의 독점을 통해 자신들의 부조리를 합리화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아예 다양성의 이름하에 모든 지적판단을 부정함으로써 자신들의 부조리에 대한 사회적 판단을 무력화시킵니다. 더 나아가, 그렇게 사회적 판단을 무력화 시키고나니 아이러니하게도 제도권 언론의 영향력을 통해 다시 지적판단의 독점이 가능해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진영이 180석이 넘는 승리를 거뒀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코로나시국에서 세계제일의 역량을 발휘한 문재인 정부의 승리였음을 모두가 압니다. 해외 외신들의 찬사가 국내에 소개되기 전까지, 총선은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여러 기관들의 조사결과는 오히려 비관적이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낸 주범이 언론의 일방적인 프레임이었음을 모두가 압니다. 심지어 총선이후 불과 몇개월만에 여론은 다시 뒤집어졌습니다. 코로나 대응에 대한 외신의 찬사는 더이상 약발이 떨어졌고, 언론들이 다시 대오를 갖춰 융단폭격을 퍼부은 결과입니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몇년째 꼴지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언론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광화문사태와 방역문제로 잠시 상황이 반등했지만, 추미애장관 아들이슈를 일방적으로 몰아가자, 그렇게 말도 안되는 이슈로도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시한번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다양성은 결코 모든 것을 용인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지적판단력은 결코 모두 동등하지 않습니다.
바둑에서 흔히 “이것도 한판의 바둑, 저것도 한판의 바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딱집어 이 수가 정답이라 말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9급 바둑의 수가 5단 바둑의 수와 같은 대우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매 착수시점에 프로에서 통용되는 수는 사실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어느분야나 그렇지만 고도로 발달할수록 허용되는 범위는 좁아지고, 조금만 벗어나도 다른것이 아닌 틀린것이 됩니다.

이제 담론의 영역에서 이러한 개념을 수용해야합니다.
정답은 없을지라도 오답은 존재합니다. 담론이 고도화되고 엄밀해질수록 허용되는 범위는 좁아지고, 반사회적 오답들은 설자리를 잃을겁니다.

글을 마치며

게시판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성공적인 모델로 증명되어 이러한 토론 시스템이 여러 커뮤니티에 생겨난다면 작지만 결코 작지않은 변화가 시작될겁니다.

지금의 상태에서 미묘하고 복잡한 부분들은 미뤄두고 명백하고 극단적인 왜곡과 반지성주의만 걸러낼 수 있어도 적지않은 변화가 생길수 있다고 봅니다. 원래 청소를 할때도 눈에 띄는 큰 덩어리 몇 개만 치우고 정리해도 풍경이 달라집니다.

제가 역량이 부족하여 실현시키지 못했지만, 뜻있는 분들이 이러한 모델을 시도해보고 실현시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각종 커뮤니티는 물론 여려 사회단체와 지역사회, 그리고 정당이나 공공기관 같은 곳에서 이런 모델을 내부 담론을 위한 시스템으로 도입한다면 사회적 역랑과 자정능력이 조금이나마 향상되지 않을까합니다.

나름 쓴다고 썼지만, 오랜기간동안 정리한 것을 다 담지는 못했습니다. 당연하지만, 부족해보이는 부분이 많을 겁니다. 실제 부족한 부분도 있을것이고,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해서 그렇게 보이는 부분도 있을겁니다. 막연한 비하나 비관이 아닌 실질적인 지적에 대해서는 최대한 답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